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어미 새가 알을 품어서 부화할 때가 되면 새끼가 껍데기를 깨고 나오려고 안에서 몸부림을 치는데 이것을 이라고 한다.

이때 알을 품고 기다리던 어미 새가 이를 느끼고 '탁탁' 쪼아 부화를 돕는다. 이것을 ‘탁’이라 한다. 이렇게 ‘줄’과 ‘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알이 깨어지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새끼가 혼자 몸부림을 쳐도 안 되고, 어미 새가 혼자 알을 쪼아도 안 된다. 즉, 함께 해야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2월 18일부터 61일간 진행될 국가안전진단도 마찬가지다. 국가안전대진단이 진행되는 기간에 행정안전부는 학교, 식품·위생 관련 업소 등 국민생활 밀접시설과 도로·철도·에너지 등 사회기반시설 약 14만 개소에 대해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국가안전대진단을 위해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참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에서는 전 단계에 걸쳐 국민 참여를 확대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계획단계에서 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집중점검의 필요성이 높게 나온 분야를 이번 점검대상에 포함했다.

실행단계에서는 민간 전문가, 안전보안관, 지역자율방재단 등 안전단체의 안전점검 참여를 확대하고, 안전신문고를 통해 생활주변 위험요소에 대한 신고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평가단계에서는 국가안전대진단 추진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조사하여 내년도 국가안전대진단 기본계획 수립 등 관련 정책추진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의 이런 정책에 따라 국민들의 적극적인 자율참여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일반주택, 공동주택, 어린이집·유치원, 숙박시설 등의 유형별안전점검표를 활용하여 스스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도 체험학습으로 안전점검을 하여 그 결과를 안전신문고에 올리는 등 어려서부터 안전점검에 대한 내용을 익히고 체험하여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안전부는 자율점검 안전문화 운동 우수사례를 선정하여 포상하는 등 내 주변의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조치하는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세월호 사고 이후 일정 기간 시설물 등에 대한 안전점검과 국민 참여 안전신고 활성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안전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자는 취지에서 2015년부터 시작되었다. 그간 시설물 등 약 227만 개소를 점검하여 9만 6000여 개소에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관리 주체의 자체점검방식으로 추진되어 형식적 점검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점검대상을 14만 개소로 축소한 대신 합동점검 방식으로 집중 시행하고, 나머지 민간 건물은 자율점검표로 점검한다고 한다. 앞으로 성공적인 국가안전대진단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국가안전대진단 관련 경기도 성남시 분당 공동구를 방문하여 시설안전관리 및 공동구 내부시설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가안전대진단 관련 경기도 성남시 분당 공동구를 방문해 시설안전관리 및 공동구 내부시설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첫째, 재난안전 근간을 아우를 수 있는 국가안전대진단이 되어야 한다. 그 명칭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살피고 진단을 해야 하지만 그동안의 국가안전대진단을 보면 시설안전에 머무르고 있다.

시설물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문·사회·철학·인식·의식·문화와 같은 부분에 대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 스스로가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평소 내 주변의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찾아내서 그 요인을 해결하는 진정한 국가안전대진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단기간의 실적 위주 점검이 아닌 안전을 위한 항구적이고 전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그동안 불과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십만의 시설물을 점검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전문가가 필요했을 것이나, 과연 국내에 그렇게 많은 전문가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정된 예산과 기간 동안 계획된 실적을 맞추기 위해 비전문가가 포함되어 진단할 수밖에 없다. 진단이 필요한 시설물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장비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의 결과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시설물별, 연도별, 규모별로 군(群)을 정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원인 규명을 통하여 예산이나 제도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당장 눈앞의 시설물에 대한 보완책만 찾을 것이 아니라 10년에서 100년 이상을 내다보는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런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는 국가의 중단기 안전마스터플랜, 백년대계에 활용해야 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의미가 있다. 진정으로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선 정부의 열 걸음보다 국민 개개인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스스로 재난을 살피는 ‘청설(聽雪)’의 자세가 필요하다.

싸리문 밖에서 내리는 눈 소리를 안방에 앉아서 듣는 것처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살펴야 한다.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징후에서도 재난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국민들의 높은 안전의식만이 사회에 만연한 ‘위험불감증’을 극복하고 우리의 안전한 사회를 보장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