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성남시 판교역의 한 상업형 오피스텔 건물입니다. 분양 당시 평당 1억 원이 넘는 높은 단가를 자랑하던 곳인데, 알고 보니 이 건물에 쓰인 핵심 자재가 불량품이란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문제가 된 자재는 벽과 천장의 마감재를 붙일 때 설치하는 철골 자재인 '건축용 강재 받침재'입니다. 지난 2021년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마감재가 쉽게 떨어져 인명 피해가 커진 만큼, 이 자재는 녹슬지 않고 불이 붙어도 잘 타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철의 산화를 막는 아연의 역할이 중요해서, 국가기술표준원은 이 자재의 최소 아연 함량을 12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YTN이 확보한 이 건물 천장의 '건축용 강재 받침재' 시험 결과지입니다. 아연 함량이 기준치보다 낮은 108밖에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벽체 받침대의 아연 함량은 기준치의 반 토막인 66에 불과합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이 자재 아연 함량 부족에 대해 '중결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쓰면 안 될 정도의 결점이 있는 건축 자재라는 겁니다. 아연이 기준보다 떨어지면 건물 수명이 단축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송창영 /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철근 부식이 굉장히 빨리 이루어지는 거죠. (KS 기준으로) 아연 함량을 정해놨는데 그 함량이 미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건물의 수명이 더 단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거죠.] 이 상가의 시공사는 국내 최대 대기업 계열사입니다. 판교역 랜드마크라는 홍보를 믿었던 투자자들은 배신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A 씨 / 초기 투자자 : 초기에 판교의 명품, 이런 주상복합으로 홍보해서 고분양가로 분양했는데 현재 알고 보니까 불량 자재, 저급 자재를 사용하니까 답답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시공사는 KS 인증 확인과 감리 승인 등 정상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제조사에서 자재를 받아 쓴 것뿐이라며 문제를 파악하고 안전 관리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현재까지 계약 취소를 원하는 투자자는 140여 명, 이들은 조만간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YTN 강민경입니다.